마음을 읽는 치료사 - 가디언즈 각성 #4
현대 사회에서 마음의 병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우울증, 불안장애, 트라우마...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심리치료사라는 직업은 그런 상처받은 마음들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숭고한 일입니다. 하지만 치유자 자신의 마음은 누가 돌봐줄까요? 환자들의 아픔을 매일 마주하는 치료사들의 마음에는 어떤 어둠이 쌓여갈까요?
오늘 소개할 가디언즈 유니버스의 네 번째 이야기는 바로 그런 심리치료사의 이야기입니다. 2030년, 타인의 감정을 읽고 심지어 조작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각성한 치료사 최유나의 성장 스토리입니다.
과연 감정을 조작하는 것이 진정한 치유일까요?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희생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유나가 마주하게 될 윤리적 딜레마와 내적 성장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보세요.
예상 읽기 시간은 25-30분입니다. 마음의 치유에 관심이 있거나 상담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더욱 깊이 공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챕터: 마음의 문이 열리다
2031년 1월의 차가운 아침, 강남구에 위치한 '마음온' 심리치료 클리닉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온한 분위기가 흘렀다.
최유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오전 8시에 클리닉에 도착해 하루 일과를 준비했다. 부드러운 베이지색 블라우스를 입고 웨이브진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한 그녀의 모습은 언제나 환자들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유나: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길 바라요."
그녀는 상담실 문을 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벽면을 따라 놓인 관엽식물들과 부드러운 조명이 어우러진 상담실은 마치 따뜻한 안식처 같았다.
오늘은 새로운 환자분이 오시는 날이지.
유나는 책상 위의 파일을 확인했다. '이지혜(26세, 여성) - 자살 시도 후 응급 상담'. 어젯밤 급히 예약을 잡은 환자였다.
오전 10시, 약속 시간에 맞춰 이지혜가 클리닉을 찾았다. 야윈 얼굴과 초점 없는 눈빛, 어깨까지 내려온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유나: "안녕하세요. 이지혜님이시죠? 저는 최유나 원장입니다."
지혜: "...네."
겨우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였다. 유나는 지혜를 상담실 소파로 안내했다.
유나: "편안하게 앉으세요. 물 한 잔 드릴까요?"
지혜: "괜찮아요."
지혜는 소파 끝에 웅크리듯 앉았다. 그녀의 손목에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처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유나: "어떤 기분이신가요?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 말씀해주세요."
지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요. 모든 게 다 무의미하고, 제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순간이었다. 지혜의 말과 함께 유나의 가슴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깊은 절망과 외로움이 밀려온다...}
마치 차가운 물속에 빠진 것 같은 질식감,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헤매는 것 같은 절망감. 이것은 지혜의 감정이었다.
유나: "지혜님, 지금 많이 힘드시군요."
이상해... 평소보다 환자의 감정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진다.
유나는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20년 가까이 상담을 해오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지혜: "아무도 저를 이해해주지 않아요. 가족들은 그냥 정신력이 약해서 그런 거라고 하고, 회사에서는 업무 스트레스 정도는 누구나 견디는 거라고..."
지혜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리고 유나는 다시 한 번 강렬한 감정의 파도를 느꼈다.
{아무도 내 아픔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외로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공허함...}
이번에는 확실했다. 이것은 단순한 공감이 아니었다. 지혜의 감정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유나: "지혜님, 혹시 지금 조금이라도 따뜻한 기분이 드신다면 어떨까요?"
유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지혜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혜의 절망으로 가득 찬 감정에 따뜻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마치 어둠 속에 작은 촛불이 켜지는 것처럼, 희망의 온기가 서서히 번져갔다.
지혜: "어... 어떻게... 갑자기 마음이..."
지혜의 눈에서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유나: "어떤 기분이 드세요?"
지혜: "따뜻해요. 처음으로... 정말 오랜만에 따뜻한 기분이 들어요. 이상해요. 분명히 절망스러웠는데..."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유나는 자신도 모르게 지혜의 감정을 바꿔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절망을 희망으로, 차가운 외로움을 따뜻한 안정감으로.
세션이 끝난 후, 지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혜: "선생님, 정말 신기해요. 이렇게 마음이 편해진 건 처음이에요. 다음에 또 올 수 있을까요?"
유나: "물론이죠. 언제든지 오세요."
지혜가 나간 후, 유나는 상담실에 혼자 남아 일어난 일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분명히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났어. 이건 단순한 상담 기법이 아니야.
그 순간 클리닉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지혜의 어머니 박명숙이었다.
명숙: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 우리 지혜가 집에 와서 갑자기 밝아졌어요.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리신 거예요?"
유나: "마법이라니요..."
명숙: "아니에요, 정말로요! 지혜가 3개월 동안 한 번도 웃지 않았는데, 오늘은 저녁 준비까지 도와주더라고요.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세요!"
유나는 명숙의 말을 들으며 다시 한 번 확신했다. 자신에게 뭔가 특별한 능력이 생긴 것이었다.
이 능력을 더 많은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면...
그날 밤, 유나는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마음속에는 기대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2챕터: 치유의 확장
이틀 후, 유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음 환자는 박철수(45세) 씨였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와 가정 문제로 분노 조절 장애를 앓고 있었다.
철수: "또 어제 아내랑 싸웠어요. 사소한 일로 화를 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심했어요."
유나는 철수의 말을 들으며 그의 감정을 읽어보려 집중했다.
{억눌린 분노, 자책감, 그리고 깊은 곳의 슬픔...}
이번에도 명확하게 느껴졌다. 철수의 분노 뒤에는 자신을 이해받지 못한다는 슬픔이 자리하고 있었다.
유나: "철수님, 화가 났을 때의 기분을 차분한 마음으로 바꿔볼까요?"
유나는 조심스럽게 철수의 감정에 개입했다. 뜨거운 분노를 차가운 얼음으로 식히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이해의 온기로 감싸는 방식으로.
철수: "어? 이상해요. 갑자기 마음이 평온해지네요."
유나: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철수: "화가 났던 이유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내를 이해시키려면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설명해야겠네요."
놀라운 변화였다. 철수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목소리 톤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오후에는 같은 건물에서 클리닉을 운영하는 동료 박수현이 찾아왔다.
수현: "유나야, 요즘 뭔가 다르지 않아? 너한테 상담받은 환자들이 하나같이 극적으로 좋아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유나: "그런가?"
수현: "어제 이지혜씨 어머니가 우리 병원에도 와서 너를 칭찬하고 갔어. 딸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면서?"
역시 들켰구나.
유나: "수현아, 혹시 시간 있으면 얘기 좀 할까?"
수현: "그래, 뭔데?"
유나는 수현에게 지난 며칠간 일어난 일들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다행히 수현은 의외로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수현: "흥미롭네. 혹시 능력자인 거 아닐까? 요즘 뉴스에서 자주 나오잖아."
유나: "설마... 그런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 아니야?"
수현: "2025년 각성 사건 이후로 전 세계에 능력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 나오고 있어. 너도 그 중 하나일 수 있어."
그날 저녁, 유나는 대학원 지도교수였던 김석진 교수를 찾아갔다.
석진: "유나야, 오랜만이네. 그런데 얼굴이 왜 그렇게 심각해?"
유나: "교수님, 혹시 제가 말씀드리는 걸 믿어주실 수 있나요?"
유나는 석진에게도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석진은 심리학자답게 매우 흥미로워했다.
석진: "흥미로운 현상이네. 혹시 실제로 보여줄 수 있나?"
유나: "교수님의 감정을... 읽어볼까요?"
유나가 집중하자 석진의 감정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호기심, 약간의 의심, 그리고... 아, 최근에 부인분과 갈등이 있으셨구나.}
유나: "교수님, 최근에 사모님과 의견 충돌이 있으셨죠? 은퇴 시기에 대한 걱정도 있으시고."
석진: "어떻게... 정확하네. 정말 놀랍다."
석진: "유나야, 만약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면 조심해야 해. 감정은 매우 개인적이고 민감한 영역이거든. 윤리적인 문제도 생각해봐야 하고."
유나: "그럼 이 능력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까요?"
석진: "아니야. 다만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지. 환자의 동의 하에, 그리고 진정한 치유를 위해서만 사용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다음 주부터 유나의 클리닉에는 예약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찾아왔다.
월요일에는 사회불안장애로 고생하는 대학생, 화요일에는 산후우울증을 앓는 새엄마, 수요일에는 치매 초기 증상으로 불안해하는 노인...
유나는 각각의 환자들에게 맞는 감정 치유를 해주었다. 불안을 안정으로, 우울을 희망으로,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주었다.
환자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대학생: "선생님 덕분에 처음으로 발표를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어요!"
새엄마: "아이가 이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에요."
노인: "마음이 이렇게 평온한 적이 언제였나... 고맙습니다."
하지만 유나는 점점 이상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환자들의 감정을 치유해주는 과정에서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자신에게 조금씩 쌓이고 있는 것 같았다.
뭔가 이상해... 예전보다 쉽게 피곤해지고, 가끔 이유 없이 우울해져.
금요일 저녁, 마지막 환자를 보내고 난 후 유나는 상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이대로 계속해도 괜찮을까?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건 분명하지만...
그때 갑자기 클리닉 문이 열렸다. 박명숙이 급하게 들어왔다.
명숙: "선생님! 큰일 났어요!"
3챕터: 어둠에 잠식되다
명숙: "지혜가... 지혜가 또 이상해졌어요!"
유나: "무슨 일이세요? 차근차근 설명해주세요."
명숙: "며칠 전부터 지혜가 다시 우울해하더니, 오늘은 아예 방에서 나오지 않아요. 저한테 소리까지 지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유나는 당황했다. 지혜의 치료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악화됐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유나: "내일 아침에 지혜님과 긴급 상담을 잡아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명숙이 돌아간 후, 유나는 혼자 고민에 빠졌다.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감정을 인위적으로 바꾼 것이 문제였나?
다음날 아침, 지혜가 다시 클리닉을 찾았다. 하지만 처음 왔을 때보다도 더 나빠 보였다.
지혜: "선생님... 저 정말 이상해요."
유나: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지혜: "며칠 전까지는 정말 좋았어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혜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혜: "갑자기 그 모든 게 가짜 같은 느낌이 들어요. 마치 억지로 행복한 척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유나는 지혜의 감정을 읽어보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욱 강렬한 절망이 느껴졌다.
{이전보다 더 깊은 절망, 희망을 잃은 후의 더 큰 공허함...}
유나: "지혜님, 제가... 제가 다시 도와드릴게요."
유나는 다시 지혜의 감정에 개입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났다.
지혜의 절망적인 감정이 유나에게 그대로 전해져 온 것이다. 마치 감정의 역류 같은 현상이었다.
{견딜 수 없는 절망감, 세상 끝에 혼자 서 있는 것 같은 외로움...}
유나: "아..."
갑작스러운 감정의 파도에 유나는 숨이 막혔다. 이것은 지혜의 감정이었지만, 마치 자신의 감정인 것처럼 생생했다.
지혜: "선생님? 괜찮으세요?"
유나: "아... 네, 괜찮아요."
유나는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내면은 혼란스러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치료가 일시적인 효과만 있는 건가?
세션이 끝난 후, 유나는 혼자 상담실에 남아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지혜의 감정이 아직도 자신 안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날 오후에도 여러 환자들이 찾아왔다. 중년 남성의 분노, 청소년의 불안, 노인의 우울...
유나는 계속해서 그들의 감정을 치유해주었지만, 동시에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자신에게 누적되는 것을 느꼈다.
이상해... 점점 더 무거워져.
저녁이 되자 유나는 극도의 피로감을 느꼈다. 신체적 피로가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 피로였다.
집에 돌아온 유나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봤다. 얼굴이 창백하고 눈가에 다크서클이 생겨있었다.
이 모든 감정들이... 정말 내 것일까? 아니면 환자들에게서 받은 것일까?
밤늦게 수현이 전화를 걸어왔다.
수현: "유나야, 괜찮아? 오늘 얼굴이 안 좋아 보이던데."
유나: "수현아... 나 좀 이상해."
유나는 최근에 겪고 있는 감정적 혼란에 대해 털어놓았다.
수현: "혹시 환자들의 감정을 너무 많이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일종의 감정적 과부하 상태일 수도 있어."
유나: "그럴 수도 있겠네..."
수현: "내일은 좀 쉬어. 예약들은 내가 다른 병원으로 연결해줄게."
하지만 다음날에도 유나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 이 우울함이 내 것인지, 분노가 내 것인지, 절망이 내 것인지...
유나는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다. 그동안 치료했던 수십 명의 환자들의 감정들이 자신 안에서 뒤섞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상태로는 더 이상 환자들을 볼 수 없어.
그때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나도 환자들처럼 될 수도 있겠구나.
유나는 지혜가 처음 찾아왔을 때의 절망적인 표정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자신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밤, 유나는 처음으로 자살에 대한 생각을 했다.
차라리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게 나을까?
하지만 그 순간, 명숙의 말이 떠올랐다.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세요!'
아니야. 나는 치료사야. 사람들을 돕는 것이 내 일이야.
유나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과 싸웠다. 하지만 어둠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4챕터: 균형의 발견
다음날 아침, 유나는 김석진 교수에게 긴급히 연락을 취했다.
석진: "유나야, 어떻게 된 거야? 목소리가..."
유나: "교수님, 도와주세요. 제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석진: "지금 당장 학교로 와.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연구실에서 석진을 만난 유나는 지난 며칠간의 경험을 모두 털어놓았다.
석진: "유나야, 네가 경험하고 있는 건 일종의 '감정적 오염'이야."
유나: "감정적 오염이요?"
석진: "타인의 감정에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상이지. 일반적인 상담에서도 가끔 일어나는 일인데, 네 경우는 능력 때문에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 같아."
석진: "가장 중요한 건 경계선을 설정하는 거야. 타인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해."
유나: "어떻게요?"
석진: "일단 며칠 동안 완전히 쉬어. 그리고 명상과 자기성찰을 통해 본래의 자신을 되찾아야 해."
그날부터 유나는 모든 상담 일정을 취소하고 회복에 집중했다.
매일 아침 한강공원에서 명상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돌아봤다. 처음에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점차 어떤 감정이 자신의 것이고 어떤 것이 타인에게서 받은 것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본래 마음은... 따뜻하고 희망적이었지.
일주일 후, 수현이 찾아왔다.
수현: "어때? 좀 나아졌어?"
유나: "많이 좋아졌어. 그런데 수현아, 내가 환자들을 다시 봐도 될까?"
수현: "당연하지. 다만 이번에는 더 조심해야겠어. 네 자신을 보호하면서 환자들을 돕는 방법을 찾아야 해."
그날 오후, 이지혜가 다시 클리닉을 찾았다.
지혜: "선생님, 괜찮으세요? 며칠 동안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어요."
유나: "괜찮아요. 지혜님은 어떠세요?"
지혜: "솔직히... 또 힘들어졌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선생님께 의존하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 해결해보고 싶어요."
유나는 놀랐다. 지혜의 변화는 인위적인 감정 조작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성장이었다.
유나: "어떤 방법으로요?"
지혜: "명상도 해보고, 운동도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 감정을 일기로 써보기도 하고요."
유나는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지혜의 감정을 직접 조작하는 대신, 그녀가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유나: "지금 느끼시는 우울감을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무엇 때문인지..."
{우울하지만 절망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그 안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있다.}
유나는 지혜의 감정을 읽었지만, 이번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대신 지혜가 스스로 그 희망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지혜: "아... 제가 완전히 절망적인 건 아니네요. 뭔가 작은 희망 같은 게 있어요."
유나: "그 희망을 키워보세요. 천천히, 조급해하지 말고."
세션이 끝난 후, 지혜의 표정은 이전과 달랐다. 인위적으로 밝아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평온함이 있었다.
그날 밤, 유나는 자신의 변화를 되돌아봤다.
내가 환자들의 감정을 직접 바꿔주는 것보다, 그들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치료구나.
며칠 후, 박명숙이 다시 클리닉을 찾았다.
명숙: "선생님, 정말 신기해요. 이번에는 지혜가 서서히, 자연스럽게 좋아지고 있어요."
유나: "그래요?"
명숙: "네, 예전에는 갑자기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곤 했는데, 이번에는 매일 조금씩 발전하고 있어요. 마치 진짜로 성장하는 것 같아요."
유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진정한 치유였다.
내 능력은 환자들의 감정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구나.
그날 저녁, 유나는 오랫만에 언니 생각을 했다.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난 언니를 구하지 못했던 죄책감이 자신을 이 길로 이끌었다는 것을 알았다.
언니야, 이제 알겠어. 진정한 치유는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과 함께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구나.
유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새로운 다짐을 했다. 자신의 능력을 현명하게 사용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치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에필로그: 새로운 치유의 길
3개월 후, 유나의 클리닉은 '감정 균형 치료법'으로 유명해졌다. 환자들의 감정을 직접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감정의 균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혁신적인 치료법이었다.
유나는 이제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감정을 읽는 능력은 환자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사용하고, 감정을 조작하는 능력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사용했다.
어느 날, 클리닉에 특별한 방문객이 찾아왔다. 정수진이라는 형사였다.
수진: "최유나 선생님이시죠? 저는 특수대응팀 소속 정수진 형사입니다."
유나: "어떻게 오셨나요?"
수진: "선생님의 특별한 능력에 대해 들었습니다. 혹시 다른 능력자들과 협력할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해서요."
유나: "다른 능력자들이요?"
수진: "네,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진 분들이 계세요. 때로는 함께 협력하여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유나는 잠시 생각해봤다. 자신의 능력을 더 큰 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유나: "관심이 있어요. 어떤 분들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수진: "기억을 다루는 능력자,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자 등이 계세요. 모두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하고 있어요."
유나: "흥미롭네요."
그날 밤, 유나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봤다. 혼자서는 한계가 있지만, 다른 능력자들과 함께라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언니야,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걸까?
창밖으로 보이는 별들이 유나에게 답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앞에는 새로운 모험과 성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독자 여러분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타인의 감정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
치유의 진정한 의미는 고통을 없애는 것일까요, 아니면 고통과 함께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일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유나가 앞으로 만나게 될 동료들과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