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의 증인 - 가디언즈 각성 #3
우리는 모두 기억에 의존해서 살아갑니다. 어제 무엇을 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그 모든 것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내죠.
그런데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며칠간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그것도 평범한 며칠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과 사가 결정된 중요한 순간들이라면?
오늘 여러분께 들려드릴 이야기는 한 심리치료사에게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3개월 전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그녀 앞에, 자신이 담당했던 환자의 의문스러운 죽음이라는 퍼즐 조각이 놓입니다.
기억을 되찾을수록 더욱 깊어지는 의혹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서, 기억과 진실, 그리고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과거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 것입니다.
예상 읽기 시간은 약 30-35분입니다. 편안한 곳에서 차 한 잔과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하지만 혹시 밤에 혼자 읽으신다면... 조금 무서울 수도 있으니 각오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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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챕터: 균열**
*"닥터 이, 죄송하지만 잠깐 시간 있으세요?"*
이지원은 클리닉 문을 잠그려던 손을 멈췄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은 김수현이었다.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절친이자, 지금은 강력계 형사로 일하고 있는.
지원: "수현아? 이 시간에 웬일이야?"
수현의 표정이 평소보다 어두웠다. 그녀는 주변을 살피더니 지원에게 다가왔다.
수현: "안에서 얘기할 수 있을까? 중요한 일이야."
지원은 다시 클리닉 문을 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상담실로 들어가자, 수현은 소파에 앉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원: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심각해?"
수현: "강민수라는 이름 기억나?"
*강민수.*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지원의 머릿속에 희미한 잔상이 스쳤다. 내성적인 젊은 남자, 우울한 눈빛, 그리고...
지원: "내 환자였지. 몇 달 전까지. 그런데 왜?"
수현: "죽었어. 이틀 전에."
지원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컵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지원: "뭐라고? 어떻게?"
수현: "자신의 원룸에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발견됐어. 유서는 없었고... 자살로 결론이 날 것 같은데."
지원은 소파에 주저앉았다. *강민수.* 게임 개발자였던 그는 연인의 배신으로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자신을 찾아왔었다. 내성적이고 예민했지만, 나름대로 치료에 적극적이었던 환자였다.
지원: "언제부터 치료를 안 받았는지 확인해봤는데..."
수현: "그게 문제야. 강민수의 마지막 치료 기록이 3월 15일이더라. 지원아, 그날이..."
*3월 15일.* 지원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날은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한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약 일주일간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날이기도 했다.
지원: "설마... 그날이 마지막 세션이었다고?"
수현: "응. 그런데 더 이상한 건, 강민수가 죽기 며칠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한 말을 했다는 거야. '진실을 알게 됐다'고. '이제 모든 게 명확해졌다'고."
지원은 머리를 감츌다. 3개월 전 그 교통사고 이후로 계속 괴롭혀온 두통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무엇을 알게 됐다는 걸까? 그리고 왜 하필 내가 기억을 잃은 그날이...*
수현: "지원아, 혹시 그날 강민수와 무슨 특별한 얘기를 했는지 기억나?"
지원: "아무것도... 아무것도 기억 안 나. 넌 알잖아. 사고 전후로 일주일이 통째로 날아갔다고."
수현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지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수현: "지원아, 미안한데... 혹시 그날의 치료 기록이라도 남아있을까? 파일이나 녹음 같은 거?"
지원은 벌떡 일어나 파일 캐비닛으로 향했다. 'ㄱ' 인덱스를 뒤져 강민수의 파일을 찾았다. 하지만 파일을 열어본 순간,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지원: "이상해... 마지막 세션 기록이..."
파일의 마지막 페이지가 찢어져 있었다. 3월 15일 날짜는 보이지만, 그 아래 내용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제거한 것처럼.
수현: "누가 건드린 거 같아?"
지원: "모르겠어. 사고 후에 한동안 클리닉을 쉬었으니까... 그때 누군가 들어올 수 있었을지도."
그때 지원의 가방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남편 준호로부터 온 문자였다.
*"늦네. 걱정된다. 빨리 와."*
지원: "집에 가봐야겠어. 준호가 걱정할 것 같아."
수현: "알겠어. 그런데 지원아..."
수현이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수현: "혹시 집에서 이상한 거 발견하면 바로 연락해. 그리고... 조심해."
지원: "무슨 소리야? 왜 조심하라는 거야?"
수현: "모르겠어. 그냥... 느낌이 이상해. 강민수 사건이 단순한 자살이 아닐 수도 있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원은 계속 수현의 말을 되새겼다. *강민수가 알게 된 진실이 뭘까? 그리고 왜 그 진실을 안 직후에 죽었을까?*
집에 도착하자 준호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보다 얼굴이 굳어 있었다.
준호: "왜 이렇게 늦었어? 연락도 안 되고."
지원: "수현이가 와서... 잠깐 얘기를 했어."
준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준호: "김수현? 무슨 얘기?"
지원은 준호에게 강민수의 죽음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준호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준호: "지원아, 너 지금 회복 중이잖아. 이런 일에 관여하지 마."
지원: "하지만 내 환자였는데..."
준호: "이미 끝난 일이야. 게다가 너는 그날 일을 기억도 못하잖아."
준호의 목소리에 평소에 없던 강압적인 톤이 섞여 있었다. 지원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지원: "여보, 왜 그렇게 말해? 뭔가 불편한 일이라도 있어?"
준호: "아니야. 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래. 이미 충분히 힘들었잖아."
그날 밤, 지원은 잠들지 못했다. 강민수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준호의 이상한 반응이 마음에 걸렸다.
새벽 두 시쯤, 지원은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 혹시 집에도 강민수와 관련된 자료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재의 책상 서랍을 뒤지던 중, 지원의 손가락이 딱딱한 종이 조각에 닿았다. 명함이었다.
*최영태 사립탐정*
지원은 명함을 뒤집어보았다. 뒷면에 손글씨로 뭔가 적혀 있었다.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강민수 건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손이 떨렸다. *이 명함은 누가, 언제 여기에 둔 걸까? 그리고 강민수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지?*
그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준호: "뭐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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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챕터: 조각들**
지원은 명함을 재빨리 숨기며 돌아봤다. 준호가 서재 문에 기대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평소와 달리 차갑게 느껴졌다.
지원: "잠이 안 와서... 책이라도 읽으려고."
준호: "새벽 두 시에? 무슨 책?"
지원은 가까이 있던 심리학 서적을 집어 들었다.
지원: "환자 케이스 관련해서 다시 한 번 정리해보려고."
준호는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지원을 바라봤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준호: "그래도 너무 늦었으니까 이제 자자. 내일 병원에서 검진 받기로 했잖아."
*검진?* 지원은 그런 약속을 한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준호의 단호한 표정을 보니 반박하기 어려웠다.
다음 날 아침, 지원은 일찍 클리닉에 나가겠다고 핑계를 대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영태 사립탐정의 사무실로 향했다.
을지로의 오래된 건물 3층, 좁은 복도 끝에 '최영태 탐정사무소'라는 낡은 간판이 걸려 있었다. 지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두드렸다.
최영태: "들어오세요."
문을 열자 담배 냄새가 진동하는 작은 사무실이 나타났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책상에 앉아 지원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날카로움이 있었다.
최영태: "이지원 박사님이시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원: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최영태: "강민수 씨 때문에 오신 거 아닌가요?"
지원은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지원: "명함을 제 집에서 발견했는데... 어떻게 거기에 있게 된 건가요?"
최영태: "강민수 씨가 제게 맡긴 겁니다.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박사님께 전달해달라고."
지원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지원: "강민수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거라고 예상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최영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이 맞아떨어졌죠."
최영태는 책상 서랍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최영태: "이걸 박사님께 드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지원: "무엇을 요?"
최영태: "강민수 씨가 박사님에 대해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3개월 전부터요."
지원은 충격을 받았다. *환자가 자신의 치료사를 조사했다고?*
지원: "조사를 왜요? 무엇을 알려고?"
최영태: "박사님의 과거를... 특히 대학 시절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요."
*대학 시절?* 지원의 머릿속에 불쾌한 기억이 스쳤다. 10년 전, 같은 과 동급생이었던 한 학생의 죽음. 당시 자살로 결론지어졌지만...
지원: "혹시... 정수민 사건 말씀이신가요?"
최영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최영태: "역시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강민수 씨와 정수민 씨의 관계를 아세요?"
지원: "아니요... 전혀 모르겠는데요."
최영태: "정수민 씨의 남자친구였습니다. 10년 전에."
지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퍼즐의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최영태: "강민수 씨는 수민 씨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박사님이 그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죠."
지원: "그건... 말도 안 돼요. 수민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최영태: "정말 그럴까요?"
최영태는 봉투에서 몇 장의 사진을 꺼냈다. 10년 전 대학 축제 때 찍힌 사진들이었다. 그 중 한 장에서 지원은 자신과 수민이, 그리고 몇 명의 동급생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영태: "이 사진에서 누군가가 지워져 있습니다. 보이시죠?"
지원은 사진을 자세히 봤다. 정말로 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지워진 것처럼 보였다.
지원: "누가 지워진 건가요?"
최영태: "그것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강민수 씨가... 죽었거든요."
지원은 손이 떨렸다. 10년 전 그 사건이 다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최영태: "강민수 씨는 마지막 치료 세션에서 박사님께 이 모든 것을 말씀드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박사님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고."
지원: "무슨 의미인가요?"
최영태: "박사님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 순간 지원의 핸드폰이 울렸다. 준호로부터 온 전화였다.
준호: "지원아, 지금 어디야?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지원: "미안해.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나자 최영태가 말했다.
최영태: "조심하세요, 박사님. 강민수 씨의 죽음이 정말 자살인지... 의문입니다."
지원: "설마... 누군가 강민수를 죽였다는 말씀이신가요?"
최영태: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죽기 며칠 전, 누군가가 그를 미행하고 있었습니다."
지원은 봉투를 받아들고 급히 사무실을 나섰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정수민, 강민수, 그리고 10년 전 사건...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거지?*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지원은 봉투를 열어봤다. 안에는 강민수가 쓴 편지가 들어있었다.
*"이지원 박사님께
만약 이 편지를 읽고 계신다면,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다. 박사님도 아시겠지만, 저는 수민이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10년 전 그날 밤, 수민이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박사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수민이는 그 만남 이후 자살했죠. 우연일까요?
박사님이 3월 15일 저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하시나요?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죽은 자는 말할 수 없다'고 하셨죠.
하지만 박사님, 죽은 자도 진실을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 증명입니다.
박사님의 남편 박준호 씨를 조심하세요. 그는 박사님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강민수 드림"*
편지를 읽은 지원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준호를 조심하라고? 무슨 의미지?*
병원에 도착하자 준호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표정이 어두웠다.
준호: "늦었네. 뭐 하느라 그랬어?"
지원: "죄송해요. 급한 일이 있어서..."
준호: "급한 일? 환자 관련인가?"
지원은 거짓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강민수의 편지 내용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원: "그냥... 개인적인 일이었어요."
준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준호: "지원아, 우리 사이에 숨길 일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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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챕터: 어둠 속에서**
병원 검진실에서 나온 후, 준호의 태도는 더욱 이상해졌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준호는 계속해서 지원에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준호: "지원아, 며칠 더 쉬는 게 좋겠어. 클리닉도 당분간 휴진하고."
지원: "왜요? 저는 괜찮다고요."
준호: "의사인 내가 보기에는 아직 회복이 덜 된 것 같아. 특히 기억과 관련해서..."
*기억.* 그 말을 들은 순간, 지원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준호가 자신의 기억이 돌아오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건 아닐까?
집에 돌아온 후, 지원은 준호가 수술에 나간 사이 컴퓨터를 켰다. 정수민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서울대 심리학과 정수민 학생 자살 사건"*
10년 전 기사들이 나타났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라고 결론지어진 사건. 하지만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
*"정 학생은 평소 밝은 성격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자살 며칠 전까지도 미래 계획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
*"동급생들은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고 있다"*
지원은 당시 경찰 조사 기록도 찾아봤다. 그 중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망 당일 오후 8시경, 피해자가 동급생 A씨와 만났다는 증언이 있었으나, A씨는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
*동급생 A씨?* 지원은 자신이 그 A씨일 가능성을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수민과 마지막으로 만난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준호가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지원은 재빨리 컴퓨터를 끄고 소파에 앉았다.
준호: "뭐 하고 있었어?"
지원: "그냥 TV 보고 있었어."
준호는 지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
준호: "얼굴이 안 좋네. 머리 아파?"
지원: "조금..."
준호: "약 먹을까? 내가 처방해줄게."
지원: "괜찮아요. 그냥 쉬면 나을 것 같아."
하지만 준호는 이미 의료 가방에서 약을 꺼내고 있었다.
준호: "이거 먹어. 두통에 효과 좋아."
지원은 약을 받아들고 망설였다. 왜인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지원: "이게 뭐예요?"
준호: "진통제야. 걱정하지 마."
지원은 약을 입에 넣었지만 실제로는 삼키지 않았다. 준호가 부엌에 물을 가지러 간 사이, 약을 화분에 뱉어버렸다.
그날 밤, 지원은 잠든 척하며 준호의 행동을 관찰했다. 준호는 지원이 잠들었다고 생각하자 조용히 침실을 나갔다.
지원은 조심스럽게 준호를 따라갔다. 준호는 서재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서랍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약병?* 지원은 겨우 보이는 라벨을 읽으려고 했다. 그 순간 바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준호: "누구야?"
지원은 재빨리 침실로 뛰어가 잠든 척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준호가 나에게 뭔가 이상한 약을 먹이려고 하는 건 아닐까?*
다음날, 준호가 병원에 간 후, 지원은 서재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책상 뒤편에 숨겨진 작은 금고를 발견했다.
비밀번호를 몇 번 시도해본 후, 지원의 생일로 해보자 금고가 열렸다. 안에는 여러 가지 서류들이 들어있었다.
그 중에서 지원의 눈을 끈 것은 하나의 파일이었다. *"정수민 사건 관련 자료"*라고 적혀 있었다.
파일을 열어보자 지원은 충격을 받았다. 10년 전 정수민의 자살 사건에 대한 상세한 조사 기록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들은 경찰이 공개하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정수민의 체내에서 검출된 약물: 수면제와 항우울제의 복합"*
*"사망 추정 시간: 오후 11시 30분"*
*"동급생 이지원과의 마지막 만남: 오후 8시 30분, 학교 뒷산"*
지원은 손이 떨렸다. *내가 정말 수민이와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거야? 그리고 준호는 왜 이런 자료를 가지고 있는 거지?*
파일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준호의 손글씨로 메모가 적혀 있었다.
*"이지원이 정수민을 죽였을 가능성: 80%
동기: 학업 경쟁, 질투
증거 부족으로 기소 불가능
하지만 강민수가 진실을 밝혀낼 위험성 있음
대책 필요"*
지원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준호가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고? 아니, 의심을 넘어서 확신하고 있었다고?*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준호가 일찍 돌아온 것이다.
지원: "벌써 왔어요?"
준호: "응급 수술이 취소되어서... 지원아, 뭐 하고 있었어?"
지원은 재빨리 파일을 금고에 넣고 잠갔다.
지원: "그냥... 책 정리하고 있었어요."
준호의 눈빛이 서재를 훑었다. 뭔가 의심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준호: "지원아, 우리 얘기 좀 할까?"
지원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준호: "최근에 이상한 사람들이 너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
지원: "이상한 사람들이요?"
준호: "사립탐정 같은... 혹시 최영태라는 사람 만났어?"
지원은 거짓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준호의 표정을 보니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지원: "만났어요."
준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준호: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지원: "당신도 나에게 숨기는 게 있잖아요."
준호: "무슨 말이야?"
지원: "정수민 사건 자료... 왜 가지고 있는 거예요?"
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마침내 모든 것이 드러난 것이다.
준호: "지원아... 설명할게. 하지만 먼저 네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
지원: "무엇을요?"
준호: "3월 15일 밤, 네가 강민수에게 한 말을."
그 순간, 지원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기억이 스쳤다.
*"강민수 씨,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죽은 자는 이미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선생님,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도 조심해야겠네요."*
지원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의 자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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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챕터: 기억의 문**
*"그렇다면... 당신도 조심해야겠네요."*
자신이 강민수에게 한 그 말이 기억나는 순간, 지원은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 말투는 위협이었다. 명백한 위협이었다.
준호: "기억났어?"
지원: "아니...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야.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준호: "지원아, 진정해. 천천히 설명할게."
하지만 지원은 준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 더 많은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10년 전, 학교 뒷산.*
*"수민아, 네가 그렇게 나갈 줄 몰랐어."*
*"지원아, 미안해. 하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야. 교수님이 하신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넌 항상 그렇게 정의롭게 살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때로는 눈을 감아야 하는 일도 있다고."*
*"지원아, 너마저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한 일을 알면서도?"*
*"수민아... 그만해. 이미 결정된 일이야."*
*"뭐가 결정된 거야? 지원아, 설마 너도..."*
지원은 머리를 감쌌다. 기억이 너무 생생했다. 그날 밤 수민과의 마지막 대화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준호: "지원아, 괜찮아?"
지원: "수민이가... 수민이가 뭘 알고 있었던 거예요?"
준호: "교수의 성추행 사건. 수민이가 고발하려고 했어. 하지만 그 교수는 네 추천서를 써준 사람이었지."
지원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래, 맞다. 나는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그 교수의 추천서가 필요했다. 그리고 수민이가 고발하면...*
지원: "내가... 내가 수민이를 말렸던 거구나."
준호: "말리는 정도가 아니었어. 넌 수민이를 위협했어."
지원: "위협?"
준호: "수민이의 일기장에 적혀 있었어. '지원이가 나를 해칠 수도 있다고 했다. 만약 내가 교수님을 고발하면 내 미래도 없을 거라고.'"
지원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기억이 모두 돌아왔다. 자신이 수민을 어떻게 대했는지, 어떤 말들을 했는지.
*"수민아, 네가 그 일을 공개하면 우리 모두가 피해를 봐. 특히 나는... 나는 꿈을 잃게 돼."*
*"지원아,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안 돼. 피해자들을 생각해봐."*
*"피해자? 수민아, 넌 정말 순진하구나. 이 세상에는 때로 침묵이 답인 경우도 있어."*
*"지원아... 너 정말 이상해졌어. 예전의 너 같지 않아."*
*"예전의 나? 수민아, 나는 변한 게 아니야. 현실을 받아들인 거야. 너도 현실을 받아들여."*
지원: "나는... 나는 정말로 수민이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거야?"
준호: "직접적으로는 아니야. 하지만 수민이가 그날 밤 수면제를 과다복용한 이유는... 네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지원: "그리고 강민수는 그 진실을 알게 된 거고..."
준호: "응. 강민수는 수민이의 남자친구였고, 10년 동안 그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고 있었어. 그러다가 우연히 네가 심리치료사가 된 걸 알게 되었고..."
지원: "복수를 하려고 했던 거구나. 내 환자가 되어서..."
준호: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던 것 같아.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마음이 바뀌었어. 대신 진실을 밝혀내기로 했고."
지원은 강민수의 마지막 치료 세션이 더욱 선명하게 기억났다.
*"선생님, 저는 이제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무엇을 말씀하시는 거죠?"*
*"수민이 일. 그리고 선생님이 그날 밤 수민이에게 한 말들."*
*"강민수 씨, 차분히 얘기해봅시다."*
*"아니에요. 더 이상 치료받을 생각 없습니다. 대신 선생님께 제안이 있어요."*
*"제안?"*
*"공개적으로 사과하세요. 수민이에게,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그러면 저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습니다."*
*"강민수 씨,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 선택하세요. 자발적인 고백이냐, 아니면 제가 직접 폭로하느냐."*
지원: "나는... 나는 그때 뭐라고 대답했죠?"
준호: "넌 강민수를 위협했어. 만약 그가 과거 일을 폭로하면, 그의 정신병력을 공개하겠다고."
지원: "환자의 비밀을... 그런 식으로 이용했다고?"
준호: "그뿐만 아니야. 넌 강민수에게 말했어. '죽은 자는 말할 수 없다'고. 그리고 '당신도 조심해야겠다'고."
지원은 자신이 한 말들을 기억하며 전율했다. 그것은 분명한 위협이었다.
지원: "그래서... 그래서 강민수가 죽은 거야?"
준호: "아니야. 강민수는 정말로 자살했어."
지원: "그럼?"
준호: "하지만 네 위협 때문에 마지막 희망을 잃었을 거야. 수민이와 똑같이."
지원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두 사람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원: "그럼 내 기억상실은?"
준호: "진짜 사고였어. 하지만 나는... 나는 네가 기억을 잃은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지원: "다행이라고?"
준호: "그 기억들이 너를 괴롭힐 테니까. 그래서 내가 네 기억이 돌아오지 않도록... 약간의 도움을 줬어."
지원: "도움?"
준호: "기억 억제제. 아주 적은 양이지만... 계속 복용하면 특정 기억의 회복을 늦출 수 있어."
지원은 충격을 받았다. 남편이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원: "당신이... 당신이 내 기억을 지우고 있었던 거야?"
준호: "지운 게 아니야. 단지 돌아오는 속도를 늦춘 거야.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지원: "보호? 누구로부터?"
준호: "너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강민수 같은 사람들로부터."
그 순간 현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집에 들어오고 있었다.
수현: "지원아? 있어?"
지원은 수현의 목소리를 듣고 안도했다.
지원: "여기 있어요!"
수현이 서재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수갑이 들려 있었다.
수현: "박준호 씨, 강민수 씨 사건과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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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챕터: 진실의 무게**
수현: "박준호 씨, 강민수 씨가 죽기 전날 밤 당신과 만났다는 목격자가 있습니다."
준호: "그건... 우연히 마주친 거였어요."
수현: "병원 주차장에서 한 시간 동안 대화한 게 우연이었나요?"
지원은 수현과 준호의 대화를 들으며 새로운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준호가 강민수와 만났다고?
지원: "여보, 설마..."
준호: "지원아, 내가 설명할게. 강민수가 먼저 나에게 연락했어. 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고."
수현: "그 대화의 내용이 무엇이었나요?"
준호: "강민수는... 지원이를 고발하겠다고 했어요. 정수민 사건을 다시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지원: "그래서?"
준호: "나는 그를 만류했어요. 지원이가 이미 충분히 고생했다고,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자고."
수현: "만류하는 정도였나요? 아니면 위협이었나요?"
준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준호: "나는... 나는 강민수에게 말했어요. 만약 지원이를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지원: "준호..."
수현: "그리고 강민수 씨는 그 다음날 죽었죠."
준호: "하지만 나는 그를 죽이지 않았어요! 그는 정말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수현: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당신의 위협이 그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때 지원의 머릿속에 또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교통사고 당일, 준호와 나눈 마지막 대화.
*"지원아, 강민수 문제는 내가 해결할게."*
*"무슨 말이야?"*
*"그 사람이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야."*
*"설마 무슨 위험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걱정하지 마.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거야."*
지원: "준호, 당신이 말한 '합법적인 방법'이 뭐였어요?"
준호: "나는... 나는 강민수의 정신병력을 이용하려고 했어. 그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수현: "의료진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그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입니다."
준호: "하지만 실제로는 하지 않았어요! 강민수가 죽었으니까..."
그 말을 하고 나서야 준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수현: "강민수 씨가 죽어서 다행이었다는 말씀이시군요."
준호: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지원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진실을 말해야 했다.
지원: "수현아, 내가 말할게. 모든 걸."
지원은 10년 전 정수민 사건부터 강민수와의 마지막 치료 세션까지, 기억나는 모든 것을 수현에게 털어놓았다. 자신이 어떻게 수민을 위협했는지, 강민수에게도 똑같은 짓을 했는지.
지원: "나는... 나는 두 사람을 모두 죽음으로 몰아간 거예요."
수현: "지원아..."
지원: "직접 죽이지는 않았지만, 내가 한 말들이 그들을 절망하게 만들었어요. 특히 강민수는... 수민이와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했고."
준호: "지원아, 너무 자책하지 마. 넌 의도한 게 아니었어."
지원: "의도한 게 아니었다고? 준호, 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 내 말들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원은 강민수의 마지막 표정을 기억했다. 그의 눈에서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을.
지원: "강민수는 마지막까지 나에게 기회를 줬어요.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할 기회를. 하지만 나는..."
수현: "지원아, 이제 그만. 더 이상 자책해봐야 소용없어."
지원: "아니에요. 나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해요."
준호: "지원아, 넌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야.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일 뿐이야."
지원: "도덕적으로만? 준호, 두 사람이 죽었어요. 내 때문에."
수현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수현: "지원아, 법적으로는 네가 직접적인 책임을 지기는 어려워. 하지만..."
지원: "하지만?"
수현: "너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는 네가 결정해야 해."
그날 밤, 지원은 혼자 강민수의 원룸을 찾아갔다. 임대차 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그의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책상 위에는 수민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편지가 하나 있었다. 지원에게 쓴 편지였다.
*"이지원 박사님께
만약 제가 죽는다면, 그것은 박사님 때문이 아닙니다. 제 선택입니다.
저는 10년 동안 수민이의 죽음에 대한 복수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박사님을 치료받으면서 깨달았습니다. 복수는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수민이도 박사님을 용서했을 거예요. 수민이는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박사님도 이제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그리고 과거를.
강민수 드림"*
지원은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강민수는 마지막까지도 자신을 용서해주려고 했었다.
6개월 후, 지원은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 클리닉을 정리하고 정수민과 강민수를 기리는 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고, 우울증 환자들에게 무료 치료를 제공하는 재단이었다.
준호와는 이혼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해서 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더 이상 함께 살 수는 없었다.
지원: "수현아,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한 걸까?"
수현: "모르겠어. 하지만 적어도 네가 진실과 마주했다는 건 확실해."
지원: "진실과 마주하는 게 이렇게 무거운 일인 줄 몰랐어."
수현: "그래도 거짓으로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지원은 창밖을 바라봤다. 수민과 강민수가 묻힌 공동묘지가 보였다. 매주 그들을 찾아가 꽃을 바치고 있었다.
지원: "내가 그들에게 진짜 용서받을 수 있을까?"
수현: "그건 네가 앞으로 어떻게 사는지에 달려있겠지."
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였다.
그날 밤, 지원은 일기를 썼다.
*"오늘도 수민이와 민수에게 편지를 썼다. 언젠가 그들이 내 마음을 받아줄 날이 올까? 아니면 평생 이 무게를 지고 살아가야 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더 이상 진실에서 도망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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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이 이야기를 읽으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원의 선택이 옳았을까요?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항상 정답일까요?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지원의 상황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
때로는 기억하지 않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젠가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때 우리는 어떤 태도로 그 진실을 맞이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들려주세요. 기억과 진실, 그리고 용서에 대한 여러분만의 경험이나 철학이 있다면 함께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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